파일 올린 시간 : 2025년 04월 04일 13시 51분 55초

목회서신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저만치 주춤거리며 다가오던 역사의 봄이 비로소 오늘 우리 앞에 당도했습니다. 지난 12월 3일 이후, 무려 넉달 동안이나 우리 사회를 갈등과 혐오와 폭력으로 어지럽힌 혼돈의 시간, 그리고 우리 일상의 고요함을 깨버리고 불안에 떨게 했던 내란상황이 우선 일단락되었습니다.

 저도 이제서야 한빛교회 마당에 핀 붉은 명자나무 꽃과 하얀 매화나무 꽃, 그리고 수줍게 얼굴을 내민 수선화와 히아신스 이파리들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주님이 온 땅에 불어넣으신 생명의 기운이 이처럼 겨우내 잠들었던 피조물들을 깨우고 아름다운 색채로 물들이듯, 우리의 일상도 그렇게 다시금 피어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여전히 가야할 길과 넘어야 할 산들이 많지만, 그래도 잃어버렸던 상식과 짓밟혔던 민주주의를 되찾은 것 같아 이 순간만큼은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99마리의 양을 내버려두고 잃어버린 양 1마리를 찾아다니다가, 그 양 1마리를 다시 찾은 목자의 심정도 이랬겠지요.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에 소중한 줄 몰랐는데, 다시 찾았을 때는 그 가치가 전혀 다르게 다가왔을 겁니다. 잃어버리고 다시 찾기 전에는 100마리 중에 1마리에 불과했지만, 다시 찾은 후에는 99마리 보다 더 귀중하게 가치가 바뀌었던 것입니다. 그 사실이 너무나 기뻐서 그 양을 어깨에 메고 집으로 돌아온 목자는, 벗과 이웃 사람들에게 ‘나와 함께 기뻐해 주십시오. 잃었던 내 양을 찾았습니다.’하고 잔치를 열었던 것 아니겠습니까.(눅15:4~6)

 아마 지금 한빛가족 모두가 그 심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일(6일) 예배 후, 교회마당에서 돼지바베큐 파티와 풍물놀이가 어우러진 ‘내란수괴 탄핵 인용! OH, HAPPY DAY! 공동식사’를 진행합니다.

 비록 예수님의 십자가 길을 묵상하며 침묵과 절제로 경건하게 보내야할 사순절 기간이지만, 이번 주일만큼은 하나님도 양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모두 참석하셔서 축하와 기쁨을 함께 나눕시다.

 하나님의 은총과 평화가 사랑하는 한빛가족들 모두에게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2025년 4월 4일

한빛교회 담임목사 홍승헌